코타키나발루 여행기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을 가거나 공동의 목돈이 들어가는 경우를 대비해 모임 통장을 하고 있다. 한 달에 10만원씩 저금을 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 모임통장은 유효하다.


    작년 가을이었나, 정확한 시기는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가 진짜 해외를 가자며 진지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엄빠께는 죄송하지만) 해외를 가자는 엄마의 원대한 계획에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었다. 한 번도 우리 가족끼리만 해외를 나가본 적이 없었고, (각자는 나갔지만) 과연 진짜 가겠어? 하는 반신반의의 마음이 컸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추진력이 쩌는(?) 여성이었다.


    진짜로 여행을 가는 일은 실제가 되었고 나는 엄마 아빠와 함께 해외 여행을 가는 효녀가 되었다. (물론 나는 원래 효녀😎)

    막상 비행기를 하고 호텔을 하니 뭔가 좀 신이 났다. (비행기랑 숙소 하기 전까지 귀찮아서 죽을 뻔 하긴 했다. 엄마가 JJ라면 나는 j 정도라서 숙소나 액티비티 모두 엄마가 더 열심히 찾아보긴 했지만 결국 결제는 다 내가 했는 걸?) 


    사실 이 여행을 가기 전까지 약간 부담스러운 것도 있었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나의 첫 해외 여행이기에 완벽 가이드로서 나는 절대로(!) 부모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고 모든 일이 순조롭기를 고대하고 기대했다.

    이 때는 전화 영어도 그만둔 지 꽤 된 때라서 사실 영어로 말도 잘 안 나왔다. (그래도 대충 다 의사소통하고 하니까 부모님이 우리 딸 영어 잘한다고 어화둥둥… 그 이후로 진짜 영어를 다시 잘하고 싶어져서(머쓱타드 🫠) 7개월 째 전화 영어 열심히 하고 있다. 최장 구독! 중…✌️)


    첫날 밤 10시쯤? 공항에 떨어지니 비가 미친듯이..진짜 미친듯이 내리고 있었다. (아마도 스콜? 이라고 옛날에 어디 사회 시간에 배운 기억이.. 지금도 그 당혹감이 잊혀지지 않는군..)


    이게 바로 동남아의 비인가 싶기도 하고 우리나라는 당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엄청 춥고 비는 커녕 눈도 별로 안 왔던 거 같은데 여기는 우리나라 여름 장마 비처럼 엄청나게 굵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부모님께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진짜 초조 그 잡채였다.


    그랩으로 택시를 잡았는데 뭘 하고 있는건지 30분 넘게 오지도 않고 연락도 안 되고!

    돈 좀 아끼다 첫 날부터 여행을 망칠 것 같아서 비싸지만 공항 택시를 탔다. (진짜 겁나 비쌌음… 말레이시아 돈으로 50링깃 달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랩은 숙소까지 8-10 링깃이었다고!)


    그래도 어찌어찌 숙소에 잘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엄마가 숙소 업그레이드 같은 거 계속 물어봐서 얘기를 해보니 완전 스위트룸밖에 안 남아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진짜 비쌌음 스위트룸 아마 1박에 30만원이 넘었던 거 같다.)


    엄마가 동생까지 같이 갔으면 업그레이드 했을 것 같은데 셋이니까 여기에 만족하자고 했다. 당연히 그게 맞긴 한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그냥 내 사비 좀 더 보태서 스위트룸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드릴 걸 그랬나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하여튼 숙소에 잘 들어갔고 그 시간이 거의 12시가 다 되어서 제발 내일은 날씨 좋아야 할텐데 기도하면서 잠에 들었다.




    DAY 2.


    대박! 눈을 뜨니 완전 좋은 날씨가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 효도하는 k-장녀를 신이 버리지 않으신건가?! 진짜 걱정스러웠는데 눈 뜨니 날이 쨍쨍하고 너무 밝아서 진짜 기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먼 나라까지 갔고 엄마는 태국 피피섬도 얘기했었는데 10년 전부터 코타키나발루가 그렇게 좋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던 나는 휴양지로 안성맞춤일 거 같다는 생각에 코타키나발루에 가자고 주장했었다.

    그렇기에 마음 한 구석에 알 수 없는 책임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ㅎ


    우리 가족은 아묻따 조식 후 수영 수영 수영 점심 배달 시켜 먹고 또 수영 수영 수영. 수영하다가 노을이 보고싶다면? 뛰어가서 노을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밤에도? 밤수영도 물론이지!


    진짜 재밌었던 건 우리 부모님, 특히 우리 엄마가 그렇게 수영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몰랐다는 거다.

    여전히 이 생각만 하면 괜스레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 내가 엄마랑 그래도 친하다고 생각하고 엄마 취향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런 건 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이렇게 재밌게 물에서 놀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하는 그런 생각에 모시고 오길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빠야 워낙 취미도 많으시고 만수동 물개로서 수영도 지금 몇 년째 꾸준히 스포츠센터에서 하고 계시기 때문에 수영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우리 엄마가 스노쿨링에 그렇게 재미를 느낄 줄이야...


    점심은 한국인들한테 유명한 해산물 요리집에서 그랩으로 배달 시켜 먹었다. (tmi 동남아는 그랩 하나로 다 해결이 돼서 진짜 편하다.)


    물가가 진짜 괜찮았던 게 모닝글로리에 볶음밥에 새우(프룬?)도 양념이랑 아닌 거 2개 이렇게 시켜서 엄청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3만원인가 그랬다. 물가는 꽤 괜찮다.. (리조트 안이 좀 비쌌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