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여행기2

    2일 차 낮 동안 열~심히 수영한 우리 가족은 일몰 시간에 맞춰 후다닥 샤워를 하고 열심히 뛰어 가서 아름다운 석양을 한참 동안이나 즐겼다.


    서로 돌아가며 각자의 독사진을 찍어주었는데, 아빠가 먼저 석양과 함께 주먹을 들어올리는 힘찬 포즈를 지으니 나도 저 석양의 정기를 받고 싶은 마음에 원피스 루피가 취할만한 그런 포즈를 한 ... 그런 사진을 찍게 되었다. 여튼 코타키나발루의 석양이 세계 3대 석양(맞나?) 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꼭 그런 손꼽히는 일몰 스팟이 아니라도 나와 우리 부모님에게는 최고의 일몰 스팟이었던 거 같다.


    쨍하고 붉게 타오르는 바다 뒤 석양을 보니 괜히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고 가슴이 벅차 올랐다.

    "내년(지금 시점에서는 올해네... 올해 다 갔어 에라이~)에는 더 좋은 일만 가득하겠지" 하는 마음 속 소망을 빌며 한참이나 석양을 즐겼다.

    해가 다 질 때까지 리조트 근처를 계속 산책하다 출출해 진 우리는 근처 야외 음식점에서 맥주 한 잔과 맛없디 없는 무슨 이상한 치킨을 먹었는데 (honey caramel blah blah...)

    역시 치킨은 대한민국이 최고지 라는 생각으로 한참이나 수영장 의자에 누워 바다를 구경하다 방으로 돌아갔다.



    Day3.


    3일차에는 엄마가 여행 전부터 이런 게 있대! 하면서 꾸준히 말해왔던 근처 섬으로의 수상 액티비티를 즐기기로 했다.


    아침 조식을 맛있게 먹고 내 팔뚝만한(msg 2 스푼 첨가) 도마뱀이 뷔페 밖 근처에서 어슬렁대며 나무를 타는 걸 구경하다가 리조트 안에 있는 액티비티 접수처로 가서 오늘 액티비티가 가능하냐고 물었다.


    다행히 3일 차에도 날씨는 미치게 좋아서 배가 안 뜰리도 없었고 근처 여러 개의 섬 중 스노쿨링 하기 그나마 괜찮다는 섬을 하나 추천 받아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그 섬은 마무틱 섬이었는데, 가자마자 큰 글씨로 "MAMUTIK ISLAND" 라고 써 있는 큰 조형물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마도 I ❤️ NY 카피가 아닐까...)


    거기에서도 엄청 큰 도마뱀을 보았고 현지 사람들이 어리숙한 우리를 놀리려고 계속 악어라고 해서 처음엔 믿었다. (세상엔 좀 작은 악어도 있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 봐도 뒤로 봐도 악어가 아니었기 때문에 도마뱀이라고 생각한다.


    그 섬에 가서 스노쿨링도 했지만 더 중요한 건, 우리는 하늘을 날았다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한 5-10분 정도 큰 애드벌룬? 소형 열기구 같이 생긴 풍선에 달려서 하늘을 날며 바다와 섬을 구경하고 짜릿함을 만끽했다. 나는 스피드한 게 무서운 거지 고소 공포증은 아니니까... 과연 저게 안전할까 좀 걱정이 됐지만 오히려 올라가니까 너무 시원하고 구명조끼도 입었는데 뭐... 떨어져도 저 사람들이 나 구해주겠지 바다로 떨어질거니까? 하는 알 수 없는 근자감이 생기면서 완전히 그 시간을 즐겼다.


    다행히 엄마 아빠도 너무 좋아하셔서 내가 넘 기뻤다.


    열심히 액티비티를 즐기고 와서 우리는 좀 쉬면서 석양도 구경하고 또 전날 먹은 해산물 파는 곳에서 크랩과 새우를 시켜서 열심히 먹고 밤수영에 나섰다.

    만수동 물개인 우리 아부지와 수영 좋아하는 우리 엄마가 신나게 수영하고 즐기시는 모습을 보니 또 기쁘고 이젠 내가 젊고 경험도 있으니까 더 자주 모시고 다녀야겠다 하는 그런 마음이 또 한 번 들었다. 진짜 웃기고 눈물 나고 그랬다. 수영을 막 하시는 걸 보면 이렇게까지 좋아한다고? 싶어서 뿌듯하고 웃기다가도 그동안에 바쁘게 사느라 젊을 때 많이 못하셨을 걸 생각하면 괜히 짠하고 그랬달까... K-짠내 감성은 코타키나발루까지 가서도 못 버렸군...



    Day4.


    (마지막까지 수영으로 점철될 줄 알았지만?) 너무 수영만 하시는 거 같아 4일차이자 마지막 날은 시내로 좀 나가보자고 말씀드렸다.

    3박 5일의 일정이라 밤 11시(연착돼서 거의 새벽 1시에 타게 됐는데 너무나 죄송한 마음... 어무니 아부지... 돈 많이 벌어서 제가 나중에는 꼭 대한항공 비즈니스 태워드릴게요!!!! LCC 에라이!) 비행기라 우리는 마지막 날도 알차게 즐기기로 했다.

    짐은 리조트에 다 맡겨두고 시내로 나갔는데, 분명 말레이시아에 핑크 모스크랑 블루 모스크가 엄청 예쁘고 사진 스팟이라며! 맨날 수영하느라 래시가드만 입고 있어서

    이제 좀 옷 예쁘게 입고 사진 좀 찍어볼까 했더니 비가 주륵주륵? ㅎ 비가 시내로 나갈 수록 점점 더 거세져서 블루 모스크 앞까지 갔다가 포기하고 기사님께 그냥 백화점으로 가달라고 했다.


    가서 커피 좀 마시고 구경 좀 하다보니 다시 날이 개었다(?! 뭔 난리여...)

    그래서 근처 카야 토스트 파는 카페로 가서 간단 저녁을 먹고 야시장 구경하다가 숙소로 돌아와서 라운지에서 쉬다가 새벽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다.